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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내년에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21년부터 23년까지는 거의 모든 시간을 PS에 쏟아부었지만 올해는 PS 말고도 꽤 다양한 일이 있었던 것 같아서 회고록을 간단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PS
올해는 PS를 많이 하지 않았다. KOI와 선발고사를 응시하지 않았고, NYPC는 나이제한에 걸려서 참가하지 못했다. 작년 IOI가 끝나고 나서부터 PS를 일시적으로 접기로 결심했고 그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1. PS가 좀 재미없어졌다. 예전에는 문제 풀고 코드 짜는 게 되게 재밌었는데, 대회를 잘 쳐야 한다는 압박이 꽤 심해져서 부담이 많이 됐다. 특히 23년 IOI 때 거의 망할 뻔했다가 겨우 살아나서 그 이후로 대회 치는 게 좀 무섭게 느껴졌다.
2. 고등학교 3학년이라서 입시에 집중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내 내신 성적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어서 수능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3. PS를 더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IOI 금메달을 따는 것이 고등학교 최종 목표였고, 그것을 이루게 되었다. 굳이 한 번 더 참가하는 것보다 다른 학생에게 기회를 양보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PS를 완전히 접진 않았다. 올해 APIO를 응시했고 1번과 2번을 풀었지만 3번을 풀지 못해서 은메달을 받았다. 참고로 3번 문제는 ibm2006이 출제한 Magic Show라는 문제였고 이 문제의 정해는 엄청 어렵지만 쉬운 별해가 많아서 만점자가 많았다.
올해 코드포스는 4번 쳤다. 그중 최근 3개의 라운드에서 계속 음수 델타를 받아서 레이팅이 2647까지 떨어졌다. 누텔라 가는 것은 반쯤 포기한 상태이다. 나중에 PS를 다시 열심히 하게 되어 누텔라를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올해는 UCPC와 LGCPC에 1문제씩 출제했다. UCPC의 경우, 고등학생이라 참가를 못 하기 때문에 운영진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제를 만들기로 했다. 논문 제목을 아무거나 읽어보고 있었는데 graph homomorphism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위키를 읽었는데 이분그래프로 가는 graph homomorphism은 2-coloring과 동치라는 사실이 단순하지만 비자명하다고 생각해서 이걸 바탕으로 문제를 만들기로 했다. UCPC에 낸 문제는 정N각형이 삼각분할된 형태의 그래프를 정점 4개인 그래프로 보내는 graph homomorphism이 존재하는지 묻는 문제였고, 이는 k <= 4가 주어졌을 때 k-coloring이 가능한지 묻는 문제와 동치다. 주어진 그래프는 3-coloring이 항상 가능한 그래프라서 이를 구현하면 맞는 문제였다. 차수가 제일 작은 정점을 선택해서 제거하는 걸 반복하는 풀이가 의도된 풀이였는데, 다른 풀이로 복잡하게 푼 사람들이 꽤 많았던 것 같다.
LGCPC의 경우, 무슨 대회인지 모르고 그냥 루비 출제자를 모집한다고 하길래 지원했다. 나는 대충 treewidth가 작은 그래프에서 NP문제를 풀게 시키는 문제를 내기로 했고, treewidth가 2일 때 minimum steiner tree를 찾는 문제를 출제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PACE라는 대회에 나왔던 문제와 동일해서 정해 코드를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었다. 다행히 대회에선 인터넷 검색이 금지되어서 별 문제없었다. 나는 솔직히 쓰레기 문제라고 생각한다.
선발고사에 응시하지 않아서 국대가 되진 못 했지만 국대교육 코치를 하게 되었다. 온라인 교육 1일과 오프라인 교육 5일 정도 코치 일을 했다. 사실 오프라인 기간에는 나 말고도 코치가 많아서 따로 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4일 차? 5일 차? 때 그레이더랑 체커가 이상해서 버그 고치는 것 말고 딱히 한 게 없었다. 유학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뭔가 제대로 못 했던 것 같다.
작년에 떨어진 대한민국인재상을 동일한 자소서에 IOI 금메달만 추가해서 다시 지원했다. 면접일이 서울대 면접일과 겹쳐서 면접에 못 갈 뻔했는데 다행히 시간을 바꿔주셔서 면접을 볼 수 있었고 상을 받게 되었다.
입시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성공적으로 입시를 마치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와 카이스트에 모두 합격하게 되었고 서울대를 가기로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되게 많은 일이 있었다.
2학년 겨울방학 때는 정시준비를 하기로 결심했다. 내 성적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1학년 2학기부터 내신을 거의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평균 이하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대를 가기 위해서는 정시가 필수라고 생각하여 수능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PS를 접고 수능공부를 하는 것은 도저히 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해도 카이스트에 갈 수 있는 상태인데 서울대를 가기 위해 수능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 큰 차이도 없는 것 같은데 하기 싫은 공부를 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수능공부를 안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와 의견 충돌도 발생했고 기분이 별로 좋진 않았다.
그러다가 1학기 중반쯤에 우연히 학교에서 하는 유학 설명회를 듣게 되었다. 설명회를 듣고 나니 유학을 가는 것이 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담임 선생님께서도 유학을 몇 차례 권하셨고, 어머니께서도 유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유학 준비를 하기로 했다.
일단 MIT를 가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기 위해서 토플, SAT 성적과 에세이, 추천서가 필요했다. 그때가 아마 5월 말이었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일단 토플과 SAT를 여름방학 때 빨리 끝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토플 학원을 주말반으로 3주쯤 다니고 2번 응시했고 운 좋게 권장 컷인 100점을 넘길 수 있었다. SAT 같은 경우 모의고사 풀고 칸 아카데미 자료로 연습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안 나와서 과외를 급하게 하나 잡게 되었다. 그러나 점수는 여전히 잘 안 나오고, 에세이도 써야 하고, 추천서 관련 자료도 작성해야 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었다. 이걸 힘들다고 그만두면 어머니와 담임 선생님이 실망하실 것 같아서 참고 버티기로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극도로 예민한 상태가 되었다. 결국 쌓였던 게 터지면서 어머니 앞에서 한참 동안 울어버렸다. 그날 이후로 유학 준비는 그만두게 되었다.
3학년 1학기가 끝났다. 나의 성적은 상위 60.2%였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절대 붙을 수 없는 내신이었다. 그래서 나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자유전공학부를 지원할 생각인 학생은 5명이었고 나는 그중 4등이었다. 매년 2-3명 정도를 뽑기 때문에 붙을 가능성이 낮았다.
실제로 지원할 때는 내 위에서 한 명이 빠져서 4명이 지원했고 나는 3등이었다. 나는 여전히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해서 그냥 카이스트를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운 좋게 1차를 통과하고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다. 나는 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학교나 학원에서 심층면접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기출문제만 몇 개 풀어보고 면접을 봤다. 면접 장소에 시계가 없어서 시간 관리가 좀 힘들었지만 소문제 하나 빼고 다 맞게 풀었다. 이 정도면 합격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합격하게 되었다!
이거 완전 럭키 비비키디언이잖아~! 취미 / 여가
2학년 겨울방학 때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갔다. 참고로 난 05년생이고 고1 때 휴학을 한 번 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는 친구들과 여행을 가게 되었다. 도쿄에 가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놀았다. 일본 오락실에 가서 온게키도 해보고 사볼 캐릭터도 하나 뽑아왔다.
귀여운 아리마 카나 작년 11월부터 트릭컬 리바이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버터가 귀여워서 버터 뽑으려고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열심히 하게 되었다. 트릭컬 100일 카페, 반주년 굿즈 스토어, 1주년 행사장, 2월에 열린 일러스타 페스에 가서 여러 굿즈를 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주년 행사장에서 산 대형 멜루나 쿠션이다.
직접 보면 엄청 크다 마작을 치게 되었다. 갑자기 주변에서 마작 입문을 하길래 나도 같이 시작했다. 4마는 작호까지 찍었고 그 이후로 친선전만 돌리고 있다. 3마는 올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안 올라서 아직 작사 2에서 떠도는 중이다. 지인이랑 오프라인 마작도 쳐봤는데 되게 재밌었다. 실력을 더 올리려면 이론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건 귀찮아서 앞으로는 친선전만 칠 것 같다.
오락실 리듬게임은 거의 접게 되었다. 가기 귀찮고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가끔씩 아이패드로 아케아나 프세카를 한다. 아케아는 12.7을 찍었고 10+ 퓨메 1개랑 10 퓨메 여러 개를 했다. 피그로스도 몇 번 해봤는데 그렇게 재밌진 않아서 요즘은 별로 안 한다.
작년에 요아소비 콘서트에 갔는데 올해도 요아소비 콘서트 티켓팅에 성공했다! 스탠딩석 티켓 3장을 구매해서 친구들과 같이 요아소비 콘서트에 가게 되었다. 3시쯤부터 6시 반까지 계속 대기를 해서 좀 피곤했지만 그만큼 재밌게 공연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 내년에는 다양하고 재밌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면 좋겠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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